2017년 12월 1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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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선생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주시노인복지회관 행복동 예절원

요즘 아이들은 참 버릇이 없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아이들의 성격이 나빠진 것일까. 아니다. 누군가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예절을 알지 못할 뿐이다. 예절은 어른에게 배우라고 했다. 엄하면서도 손주 사랑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장 좋은 스승. 그래서 파주시노인복지회관 행복동 예절원 어르신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만든 다식을 먹어보며 그 맛에 음미해 보기도
투호-던지기에-대해-설명하고-있는-모습

버릇없다고 하는 아이들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행복동 예절원으로 들어서는 노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배꼽인사를 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자신들을 맞아주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인 듯했다.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모습1
다식과-다식판

이날 수업은 ‘다식 만들기’, 체험 온 아이들이 겨우 세 살밖에 안 돼 자리에 앉히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앞에 선 어르신들이 갑자기 노래를 하며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여러분, 할머니 선생님들이 지금 부른 노래가 뭔지 알아요? 바로 예절 노래라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같이 따라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은 다식 만들기를 할 건데 다식이 뭔지 알아요?”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시선을 맞추고 또박또박 설명을 이어가는 이천대(77세) 어르신, 아니 할머니 선생님. 조금은 생소했지만 친근하면서도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임을 보다 확실하게 해주는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다식의 역사, 재료,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그림이나 사진 위주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생 수준에 맞는 눈높이 강의였다.


할머니가 어린아이들 교육하는 모습2
눌러가며-고사리손으로-다식을-만들어-본다

드디어 다식 만드는 시간. 미리 검은깨가루를 꿀에 버무려 치대놓은 것을 아이들이 다식판에 넣고 꾹꾹 눌러 모양을 냈다. 자신들이 만든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시식했는데 그 반응이 각양각색. 입에 넣고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본 적 없는 시꺼먼 옛날 과자에 겁부터 먹어 아예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방부제나 착색료 등 몸에 해로운 것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건강 만점의 과자라는 할머니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먹는 아이가 과연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폭풍처럼 훅 지나간 체험 시간이 끝나고 할머니 선생님들과 마주했다. 아이들을 상대해서인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참으로 고왔다.


“애들이 너무 예뻐요.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얘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요즘은 애들은 질문도 잘하고 얼마나 똑똑한지 몰라요.”7년차의 베테랑인 이천대 할머니 선생님의 말에 함께한 어르신들도 그렇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 모른다”고 말을 이은 윤재준(75세) 할머니 선생님은 지난달 방문 교육을 마친 유치원에서 그 날 행사 사진으로 예쁜 카드를 만들어 ‘할머니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선물했다고 자랑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예절을 잘 가르치기 위해 계속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얻는 게 더 많다고. 


“다들 4년차 이상이니까 숙련된 듯해도 애들 수준에 맞춰 얘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무심코 어른 용어를 사용했다가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긴장한 탓에 실수를 했다며 멋쩍게 웃는 김숙희(68세) 할머니 선생님은 아이들이 바른 자세로 조용히 교육에 참여하니까 가르치는데 어려움은 없단다. 할머니가 없다면서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와 행복할 뿐이라고.


배우면서-가르치는-재미에-푹-빠진-할머니-선생님들
체험에-앞서-다식에-대해


행복동 예절원 선생님은 총 8명, 활동은 보통 주 2회, 복지관에서의 교육과 유치원에서의 방문 교육이 있다. 다식 만들기, 다례, 제기 만들기, 투호, 김장하기, 메주 만들기, 우리 옷 알려주기, 전통 혼례 등 교육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 옛것에 관련된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행복동 예절원 선생님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7년차 베테랑도 매년 오디션에 참가해 시강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뽐내야 한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하려니까 진짜 떨리더라고요. 붙으니까 얼마나 좋던지 꼭 대학에 합격한 느낌이었어요.”유필노(73세) 할머니 선생님의 말에 윤재준 할머니 선생님도 “4년 전에 첫 오디션 보던 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라며 몸서리를 쳤다.


차-마시는-법도에-대한-설명을-열심히-듣고-있는-학생들
전통-혼례를-학생들이-직접-경험해-보기도


요즘 예절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전통 혼례. 옛 방식 그대로 아이들이 꼬마 신랑과 신부가 되어 제대로 갖춰 입고 부모님들까지 초청해서 혼례를 치르는데 유치원에서 떡도 준비하고 국수도 삶으니 잔칫날이 따로 없을 정도란다. 커다란 병풍부터 챙겨야 할 짐이 많아 힘들지만 자신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 그저 좋을 뿐.


“고등학교 가서 우리 옷에 대해 강의하며 한복의 명칭을 가르쳐주니 학생들이 새롭게 알게 됐다며 참 좋아하더라고요. 보통 예절 교육이라는 것이 유치원 교육으로 끝나고 마는데 우리가 아니더라도 초등, 중등으로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김숙희 할머니 선생님의 바람에 이천대 할머니 선생님이 꼬리를 물었다. 경쟁자가 생겨도 좋으니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해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것.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70세가 넘어 그 꿈을 이루어 너무 행복하다는 어르신의 환한 웃음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게 ‘실화’임을 확인했다.


취재 : 전영숙 시민기자

작성일 : 2017-12-5조회수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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